큰 키에 얽힌 기억들.
작은 키에 얽힌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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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경우, 작은 키가 아니라, 큰 키 때문에 얽힌 기억들이 많습니다.

사실, 제 키가 그렇게까지 큰 편은 아닙니다. 170은 좀 넘는거 같긴 하지만 요즘 젊으신(...) 여자분들 중에는 170 넘는 분들이 많으시니까요.

그래도 제 나이또래(...)의 여자들 중에선 상당히 큰 편이죠.
학교 다닐때 키 순서대로 번호를 붙이면, 항상 뒤에서 2~3번째였거든요.
게다가 키만 큰게 아니라...뼈대가 굵어서 체격도 좀 있습니다;;;;;;

여하튼, 얽힌 기억 두가지.

Episode 1.


고등학교때 이야기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했던 과목 중 하나가 [가사]였고, 바느질이나 공예같은 걸 좋아하고, 아기자기한 물건 좋아하고....
그리고 사실 울기도 잘 우는 편이고 여하튼 좀 그랬었고 사실 그런 성향은 지금까지도 그렇습니다.


고2때였을겁니다. (전 여고를 나왔습니다. 그것도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곳이여서 가사와 가정 선생님들의 파워가 가장 막강한 그런 곳이랍니다.)
여하튼, 고2때 가사수업 과제가 한복저고리 축소본 만들기였습니다.
남들 다 버벅대는 동정달기도 전 한번에 완성시켰고, 시간이 하도 많이 남아서 고름 끝자락에 꽃무늬까지 살짝 수놨습니다;;;;;
그리고 과제 제출 및 검사시간에 뿌듯하고도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가사선생님의 칭찬을 기대하며 두근두근거리고 있었죠.



그런데 이 할머니가 말이죠. 제 작품을 보시더니 하신다는 말씀이,

"어머니 솜씨가 좋으시구나."....였습니다.



정말 어이가 없더군요.
사실, 바느질만큼은 제가 어머니보다 잘합니다;;;;;
그 감수성 예민한 나이에, 너무나도 당연한듯이 제 그 당시의 유일한 특기를 부정당하니 저절로 눈물이 나더군요.
제가 선생님한테 "이거 제가 한거 맞아요"라면서 눈물을 찔끔거렸더니 하신다는 말씀이


"넌 손이 너무 커서 바느질이 이 정도로 섬세하게 나올수가 없어"...라시네요.


제가 계속 눈물을 질질 흘리고 있으려니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웬 쪽팔리는 짓거리였는지;;;;;;)


"니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눈물은 웬 눈물이야?"라고 2차 어택을....

.....OTL.....

아니, 큰 사람은 눈물도 흘리면 안됩니까?


여하튼 전 그날 가사선생님 앞에서 제가 만든 저고리의 동정을 다시 뜯어서 그 자리에서 다시 달음으로서 제 무죄(?)를 증명하는 쇼를 벌였었죠.

10년이나 지난 일이라서 지금은 웃으면서 말하지만, 그 당시에 억울해서 울었던거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P.S. 유사한 상황이 고1 가사시간 코바느질로 냄비받침만들기 과제시간에도 있었습니다;;;;;;


Episode 2.

제가 미국에서 8년 살다왔다는 이야기를 예전에 몇번 한적은 있습니다만....
여하튼 전 중3~고1 사이에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그것도 그놈의 연합고사를 봐야해서, 가족들보다 몇달 먼저 돌아왔더랩니다.
그 어린 나이에 몇달간 텅빈 아파트에서 자취를 해야했던 괴로운 과거를 말하려는게 아니라....

여하튼 8년만에 돌아오니 전 기억에도 없는 친척들이 연락을 많이 하시더라구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전 제게 고모가 2명이라는 사실을 한국 돌아와서 알았습니다;;;;;)

부모님과 동생은 미국에 있고, 전 홀로 외로이 가족을 그리워하던 그 해 겨울날이었습니다. 친할아버지댁에 놀러가서 마당에서 할아버지와 눈을 치우고 있었습니다.

어느 분이 찾아오셨었는데, 무려 할아버지의 사촌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저에게 "그래, XX(제 아버지 성함) 자슥놈이 한국 먼저 왔다더니 많이 컸구만~" 이러시면서 아는척을 하시더라구요. 물론 전 그분이 기억에 없었습니다.(그리고 불행히도, 지금도 누군지 모르겠습니다.)

그 날이 무슨 제사날이었나봅니다.
그 분께서는 할아버지를 모시러 온 것이었구요. 저보고도 오라고 하시길래 따라갔습니다.

...갔더니 커다란 기왓집에 사람들이 버글버글대는데 다들 절 보며 아는체를 하시더군요.

그도 그럴수밖에 없는게, 제가 아버지를 정말 판박이로 닮았거든요.(유전자의 힘이란....OTL)
거기 계신 분들은 대부분 할아버지의 형제들 및 사촌분들이었습니다.
제 아버지에게 있어서 고모, 숙부 뭐 그런 뻘들의 분들이었던거죠.

전 기억에 전혀 없는 어르신들 사이에서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인사 꾸벅꾸벅 하다가,
제사 지낼 때 같이 절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느 순간 할아버지께서 제게 버럭 화를 내시더군요.

"여자는 절하는거 아니다!!!!"라구요. (전 정말 몰랐습니다. 여자는 절하면 안되는건지.)

그런데 정작 할아버지께서 화를 내시자, 주변분들이 놀라시더군요.


"저 아그가 XX 아들녀석이 아니라 딸내미였어?"


....OTL....


"뭔 여자애가 저렇게 커?"


예예. 물론 제가 그당시 커트머리였고, 겨울이라서 헐렁하고 두꺼운 겉옷을 입고 있긴 했지만....
정녕 제가 여자인지 아무도 모르셨던겝니까....

그래서 그 자리에서 부엌으로 쫓겨(?)나서, 전 부쳤습니다;;;;;


...뭐 그때 처음으로 알게된 6촌, 8촌 오빠들한테 그 날 쿠사리 엄청 받았습니다.
(그 중 제가 키가 두번째로 컸거든요;;;;;)





써놓고 나니 에피소드라기보단 제 넋두리...였네요....흑



하지만 이런 저도, 사실 중2때까지는 별명이 땅꼬마였습니다.
그런데 중2때 갑자기 20cm가 커버렸죠.

그 때 이후론 몸이 예전같지 않습니다.(응?)

여전히 돌아다니면서 여기저기 쿵쿵 부딪히고, 머리도 여기저기 박고....
백화점 식기 코너는 제게 악몽의 장소죠....(먼산)
그러고보니 얼마전 버냥님과의 데이트에서도 신발가게에서 거울을 박아서 부술뻔한 사건이 있었군요...

어머니 말씀에 의하면, "넌 네 자신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랩니다.
말 그대로, 제 자신의 몸을 너무 작게 본다는 의미입니다;;;;;;


여하튼, 제가 제 키나 체격에 대한 컴플렉스가 좀 있어서인지....

작고 마른 여자들이 정말 싫습니다. 쳇.

...결국은 이게 이 글의 핵심인겁니다.(퍽)

...아니에요...사실은 너무너무 부러워요....흑흑
by uzee_파냥 | 2005/08/12 23:54 | 명예의 전당 | 트랙백(5) | 덧글(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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